갑자기 눈이 두 개로 겹쳐 보이거나, 거울을 봤을 때 한쪽 눈이 붓고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단순한 피로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일시적 증상에 그치지 않고, 몸속 호르몬이나 신경계 이상이 눈에 드러난 결과일 수 있다. 특히 이중 시야나 안구 돌출은 눈 자체보다, 그 뒤를 지배하는 근육과 신경, 내분비계 문제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인공눈물이나 안약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원인을 정확히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 부르는 안구 돌출, 그레이브스병의 흔한 증상
눈이 앞으로 돌출되는 증상은 특히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레이브스병으로, 안구 뒤쪽의 조직과 근육이 부으면서 눈을 앞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겉으로는 눈이 튀어나와 보이고, 눈꺼풀이 덜 감기며 심한 경우 안구 건조증과 통증까지 유발한다. 이 병은 면역체계가 갑상선을 자극해 호르몬을 과다 분비하면서 생기며, 그 영향이 눈으로 확장되는 경우다. 외관상의 변화뿐 아니라 복시나 안구 통증, 이물감까지 동반되므로 반드시 내분비과 진료와 함께 안과적인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
복시, 한쪽만 겹쳐 보인다면 신경계 이상일 수 있다
두 눈으로 사물을 볼 때 한쪽이 겹쳐 보이거나, 초점이 흐려지며 두 개의 이미지가 나란히 보이는 증상은 **복시(복시증)**다. 이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면 눈을 움직이는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다. 예컨대 중뇌나 뇌간 부위의 신경 마비, 혹은 눈 주변 근육을 조절하는 뇌신경 손상이 그 원인일 수 있으며, 드물게는 뇌졸중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눈꺼풀이 처지거나 안면 감각이 함께 이상해졌다면, 신경과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눈이 피로하다는 이유로 넘기기엔 너무 중요한 경고일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 눈 근육에도 침투한다
신체의 면역계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에서도 눈의 이상이 자주 나타난다. 중증 근무력증처럼 근육의 신경전달이 차단되는 질환은 특히 눈꺼풀 처짐과 복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오후만 되면 눈이 무거워지고 피로가 누적될 때 복시가 심해지다가, 점차 하루 종일 시야가 흐려지는 형태로 악화된다. 루푸스, 다발성 경화증 등 전신 염증 질환에서도 눈의 움직임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은 안구의 문제라기보다 신경·근육계의 만성 염증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은 전신 건강을 비추는 민감한 거울이다. 겹쳐 보이는 복시나 갑작스런 눈의 부종, 안구 돌출은 단순한 안과 질환이 아닐 수 있으며, 신경계·내분비계·면역계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그 원인을 제때 파악하지 않으면 시력 저하뿐 아니라 전신 질환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난다면, 먼저 의심하고 빠르게 점검해보자. 눈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가장 먼저 위험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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