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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날 방을 어지럽히는 사람들 |
발 디딜 틈 없이 쌓여 있는 물건들과 수년째 뜯지 않은 택배 상자들, 쓰레기와 소중한 추억의 영수증이 한데 뒤엉켜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음에도, 그 공간의 주인은 조금의 불편함이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 채 태연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간다.
주변에서는 지저분한 풍경을 참지 못해 치우라고 성화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이게 다 내 보물이고 나름의 질서가 있는 거"라며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물건을 버리려는 가족과 대립각을 세운다.
우리는 흔히 방을 치우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젠가는 대청소를 하겠다고 다짐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만을 떠올린다.
치우고 싶지만 에너지가 없어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달리, 애초에 치울 생각조차 없거나 물건을 버리는 행위 자체에 극심한 공포와 분노를 느끼는 이들을 마주하면 세상은 그저 게으름의 끝판왕 혹은 별난 유별남으로 치부하며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 겹겹이 쌓인 쓰레기와 물건의 성벽 뒤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요새를 구축하는 이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고집스러운 방치 속에는 단순한 나태함을 넘어선 지독한 심리적 결핍과 뇌의 구조적 마비가 도사리고 있다.
도대체 아예 치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온갖 물건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붙들어 온 통념은 명확하다. 정리정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며, 방이 쓰레기장에 가깝도록 방치되는 것은 기본적인 위생 개념이나 자기 관리가 완전히 고장 난 결과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강제로 물건을 갖다 버리거나 청소를 강요하면 이들이 곧 정신을 차리고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과 병리적 집착을 깊이 들여다보는 임상적 시선에서 이 현상을 추적해보면, 그 고집스러운 방치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저장 강박(Hoarding Disorder)과 뇌의 인지적 오류가 빚어낸 비극적 결과물에 가깝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심리학에서 다루듯, 저장 강박 성향을 가진 이들의 뇌는 물건을 분류하고 가치를 판단하며 불필요한 것을 소거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극도로 손상되어 있거나 과부하에 걸려 있다.
이들에게 물건은 단순히 물질적 소유물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지탱하는 유일한 방어벽이자 영혼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작은 영수증 하나, 쓰다 만 펜 하나를 버리는 행위조차 내 삶의 일부를 도려내어 버리는 것과 같은 극심한 불안과 상실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뇌는 생존을 위해 아예 '치우지 않는 선택'을 방어기제로 작동시키는 셈이다.
즉, 이들이 치우지 않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버림받는 것에 대한 지독한 공포와 인지적 마비가 결합해 만들어낸 가장 방어적인 생존 방식이다.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가장 뼈 때리는 진실이 있다.
이들을 향해 "왜 이렇게 더럽게 사냐"며 혀를 차거나 강제로 쓰레기를 치워버리는 행동은, 문제 해결은커녕 이들의 내면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폭력에 불과하다.
치우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 기저에는 과거의 결핍이나 관계의 상실로부터 비롯된 지독한 정서적 허기가 자리 잡고 있으며,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는 그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한 왜곡된 애착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만약 공간의 혼란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 타인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거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마비시키고 있다면, 그것은 혼자 훈수 두고 다그칠 일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전문 심리 상담 센터의 개입이 필요한 명백한 치료의 영역이다.
더 이상 남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책임한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 마라.
물건이라는 성벽 뒤에 숨어 떨고 있는 그들의 상처 입은 내면을 진정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왜곡된 집착의 끈을 가만히 내려놓고 진짜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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