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줄어드는 이유 |
세상은 입을 모아 젊은 날의 청춘들에게 경주마처럼 달리라고 채찍질하듯, 나이가 들수록 곁에 북적거리는 사람이 많아야 비로소 성공한 인생이라고 속삭인다.
스마트폰 연락처에 수백 개의 이름이 반짝이고, 주말이면 약속이 꽉 차 있어 스케줄표가 빽빽해야 비로소 내가 사회 속에서 낙오되지 않고 잘 살고 있다는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모임의 크기와 지인의 숫자가 곧 내 삶의 영향력과 외로움을 막아주는 방어막처럼 여겨지는 시절이 우리 모두에게는 존재한다.
젊은 날의 우리는 관계의 양(quantity)이 곧 삶의 질(quality)을 결정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누구의 연락이든 기꺼이 웃으며 전화를 받고 원치 않는 술자리에도 기어코 참석하곤 했다.
하지만 인생의 거센 중턱을 넘어 문득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내 곁을 지킬 줄 알았던 세상의 소란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풍경이 펼쳐진다.
굳이 내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아도 될 관계들은 가을날 낙엽이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스마트폰 화면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잠잠해져 있다.
이 낯선 고요함 앞에서 어떤 이들은 "내가 그동안 인간관계 관리를 잘못한 탓인가"라며 뒤늦은 자책과 서글픔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시기에 찾아오는 인간관계의 극적인 축소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내면이 철저하게 성숙해졌다는 가장 확실하고 눈부신 증명이다.
영혼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만남과 영양가 없는 대화를 더 이상 견뎌낼 만큼 내 남은 인생이 허락하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인식의 전환 뒤에는 인간 심리를 관통하는 두 가지 단단한 기제가 작동한다.
첫째, 한정된 내 생명의 에너지를 쏟아야 할 진짜 대상과 가짜 대상을 명확히 구별하는 지혜가 장착된다.
젊은 날의 우리는 남의 시선과 평가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며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아깝고 소중한 내 감정과 시간을 사방에 흩뿌렸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전전긍긍하며 억지로 웃어주던 그 수많은 시간들이 얼마나 영혼을 갉아먹는 짓이었는지, 세월이 흘러서야 뼈저리게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내 마음의 문을 열어줄 사람과 단호하게 빗장을 걸어 잠가야 할 사람을 칼로 베듯 정확히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이 생긴다.
둘째,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움이 아닌 온전한 안식으로 소화하는 고독의 체력이 비로소 완성된다.
타인의 공허한 비위를 맞추며 얻는 일시적인 소속감보다, 차라리 혼자서 깊이 사색하고 마음의 평정을 지키는 것이 내 삶에 훨씬 더 영양가 있는 자양분임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와의 대화로 내면을 채우려던 과거에서 벗어나,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나 자신과 온전히 대면하는 법을 터득한 어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결국 나이가 들며 친구가 줄어드는 것은 초라해지는 과정이 아니다. 내 삶의 울타리에서 썩어 문드러진 가지를 과감하게 쳐내고, 정말로 내 영혼을 살찌우는 단단한 인연들만 남겨두는 가장 우아하고 성숙한 정돈이다.
오늘 밤, 스마트폰의 조용한 화면을 보며 쓸쓸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당신이 외로워진 것이 아니라, 비로소 가짜 소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짜 나 자신을 찾았다는 가장 위대한 증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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